안녕하세요. 님!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절기상으로는 입하, 벌써 여름에 들어섰어요! 며칠 비가 온 후로 어제부터는 꽤 쾌청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요. 길을 걷다 보면 근사한 아카시아 향이 여기저기 솔~솔~ 납니다. 그럴 땐 가만히 멈추어 서서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햐~ 하고 내쉽니다. 이때만 맡을 수 있는 향기라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에 더 코를 킁킁대지요.

요즘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요. "그래, 산다는 건 다 이런 거지!"입니다. 에너지를 잔뜩 품고 있는 봄나물을 무쳐 한입 가득 먹을 때, 두 팔 쫙 벌려 장엄하고 오래된 나무를 꼬옥 끌어안을 때, 자전거를 타고 산들거리는 바람을 가로질러 햇빛을 온몸으로 느낄 때 말이죠. 이 글을 본 님도, 지금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바깥공기를 쐬며 다가오는 여름을 잘 맞이해주세요. 그럼, 오늘의 뉴스레터 시작합니다! 🌿

서울 중랑구의 초록상상은 몸 살림 요리 시간을 가졌습니다.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가지고 보리 막장을 직접 담가 보았어요. 다음은 어떤 장을 담가 볼까요?

‘서울살이 몇 핸가요~’ 뮤지컬 빨래 OST에 나오는 노랫말이랍니다. 저는 올해 서울살이 10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예능 <무한도전>에서 열심히 잡기 놀이를 하던 그 서울 한복판이 저의 출퇴근길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신기하였습니다. TV 속에서만 보던 곳을 내가 거닐고 있다니, 연예인 만나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들로요.

한편, 제 고향 사람들은 “서울 가면 코 베어 간다. 조심해라”라고 걱정 섞인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서울로 이사 오고, 저도 제 코가 혹여나 없어질까 긴장하며 지낸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서울에 아무 연고 없었던 저는 쉬는 날보다 일하는 날이 더 좋았습니다. 일터라는 곳에 저의 유일한 ‘아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료들이 곧 저의 서울 친구들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곁을 내주고 제 삶을 돌보아주었습니다. 밥은 잘 먹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새집에 이사했다며 살림살이를 챙겨 주고는 하였습니다. 

월세, 전세를 돌며 계약기간이 되면서 서울의 이 동네 저 동네를 다니다 셰어하우스에서도 살아보았는데 그때의 경험은 정말 좋았습니다. 오래된 단독 주택을 고친 그곳 자그마한 텃밭에서는 가지와 오이, 고구마 등 때를 따라 심으며 함께 계절을 느끼고 서로의 힘듦을 보듬어주고 축하도 해주며 지냈습니다. 이렇게 저에겐 서울 친구, 서울 가족이 생겼고 덕분에 10년이란 시간 동안 제 코는 멀쩡합니다.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밀집도가 문제이지만 그래서 더 각박한 서울살이에 나를 돌봐준 이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저에게 곁을 내주는 법을 가르쳐 주어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