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1일 화요일
💌 여성환경연대 뉴스레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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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오랜만에 편지 드립니다. 새해가 밝고 어느덧 입춘이네요. 좋아하는 책 <제철 행복>에서 마음에 남는 문구를 공유하고 싶어요.
"내게 입절기는 늘 '배웅'과 '마중'의 시간이다. 입춘은 떠나는 겨울을 시간 들여 배웅하고, 다가오는 봄을 마중 나갈 때라고 알려준다. 미루다 놓친 겨울의 즐거움이 있다면 이참에 챙겨두라고 눈을 내려주기도 하고, 이른 꽃 소식을 통해 봄엔 어떤 즐거움들을 통과하고 싶은지 묻기도 하면서"
지난해는 다양한 에코페미니스트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성환경연대 창립 25주년을 맞이해 영상을 통해 인사드린 에코페미니스트들부터 뉴스레터 지면을 통해 만났던 이들까지! 여성환경연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감사했어요.
지난 연말, 탄핵 정국 속에서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광장에서 마주치는 멋진 여성들과 인터뷰를 통해 만났던 에코페미니스트 얼굴들이 자주 겹쳐 보였어요. 춥고 어두운 시절이지만 그럼에도 희망이 되어주는 이들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거든요.
에코페미니스트 인터뷰는 오늘부로 마지막 인사를 드리지만, 여성환경연대의 2025년 활동 소식은 더 알차고 풍성하게 전해드릴게요.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한 해를 기대하며, 마지막 인터뷰이 다혜 님을 소개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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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다혜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
안녕하세요. 여성환경연대 회원 고다혜입니다. 저는 사계절 내내 비슷한 하루를 보내는 편이에요. 그래서 제 일상을 소개하면 저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침에는 느긋하게 일어나고,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냅니다. 웹 개발(웹사이트 제작)을 업으로 삼고 있어요. 저녁쯤 되면 일을 마무리하고, 간단히 식사한 뒤 산책을 합니다. 취미로는 제가 만들고 싶은 앱을 개발하며 시간을 보내고요. 그러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 잠자리에 듭니다. 정말 심플한 삶이죠?
사람을 자주 만나지 않는 편이고, 취미도 그리 다양하지 않아요. 저에게는 가족, 애인, 일,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누군가는 따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 단순한 일상이 만족스럽고 풍요롭게 느껴져요. 오히려 이렇게 살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해 나갔죠.
직장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점은 재택 근무가 가능한가였습니다. 출퇴근의 피로감이나 직장에서의 긴장감을 줄이고 싶었거든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었죠. 직업 자체에서 오는 만족도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근무 환경만큼은 최고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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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를 정확히 언제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환경과 채식에 관심이 많아 관련 단체들을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며 소식을 받아보던 중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뉴스레터도 구독하며 여성환경연대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죠.
그러던 중 플랫폼:달의 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었어요. 사실 처음엔 형식적인 내용일 거라 예상했는데, 편지의 분량부터 어마어마하더라고요. 무엇보다 활동가의 진심이 편지 너머로 전해졌어요. "이런 편지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구나. 한 사람 한 사람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죠.
이메일로 받는 뉴스레터도 꾸준히 읽고 있는데, 다른 단체들과 달리 여성환경연대의 글에는 사람들에게 정말 "말을 거는" 듯한 친숙함과 다정함이 느껴졌어요. 보통은 뉴스레터를 다 챙겨보지 않는데, 여성환경연대에서 보내는 건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읽었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지난 9월 기후정의 행진에 갔을 때였어요. 사실 그 전까지 여성환경연대 회원은 아니었는데, 친구와 함께 행사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동행하게 되었죠. 많은 환경 단체들 속에서 여성환경연대가 유독 정감 가는 친구 같은 느낌이었어요. 친구와 저 모두 여성이고 채식을 지향하다 보니, 이곳이 가장 잘 맞는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고요.
그날 행진에서 살짝 머뭇거리고 있던 저희에게, 이안소영 대표님이 다가와 편하게 앉으라며 방석까지 챙겨주셨어요. 주변의 활동가와 회원분들도 저희가 비회원인지 아닌지 개의치 않고 먹을 것과 피켓을 나눠주셨고, 덕분에 끝까지 즐겁게 행진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엔 기념사진까지 찍히고 말았죠(?)
"여긴 정말 정이 넘치는 곳이구나!"라는 걸 몸소 느낀 후, 저는 바로 정기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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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혜님의 일상에서 관심 두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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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 관심사는 인공지능(AI)이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웹 개발을 하는데, 요즘은 대부분의 업무에서 AI를 활용하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일까?' 라는 고민이 들었어요.
AI 기술은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죠. 불과 1년 전만 해도 개발자의 주요 업무는 구조 설계, 개발, 테스트, 배포까지 모두 직접 찾아서 해결해야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저는 단순히 AI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이를 두고 편리하다,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저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어 불편했어요.
제가 웹 개발에서 가장 좋아했던 건 직접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생산성의 격차가 극명해졌고, 사용하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됐죠. 그래서 AI 의존도를 줄이는 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사실 요즘 앱을 개발한다고 해도, 모든 기능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회원가입, 인증, 결제 등 핵심적인 기능조차 이미 만들어진 외부 시스템을 가져와 연동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죠. 개발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저 자신도 점점 외부 요소들에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AI만이 아니라, 수많은 시스템과 기능들이 제 인생에 덕지덕지 붙어가는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AI는 방대한 데이터와 연산 능력을 바탕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환경 파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따라서 AI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단순한 개인적 불편함을 넘어서, 환경을 위한 실천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의식적으로 AI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에요.
하지만 쉽지 않아요.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이미 AI의 편리함에 중독되어 있거든요. 최신 기술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더 효율적이고 편리한 기능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요.
가장 무서운 건 기술이 발전할수록 제 감각과 감정이 둔해진다고 느껴질 때예요. 예전엔 고민을 거듭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갔다면, 이제는 대충 던진 질문에도 AI가 찰떡같이 답해 주죠. 그러다 보니 제 사고력과 언어 능력도 점점 퇴화하는 것 같아요. 기술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어쩌면 인간성이 점점 희미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럼에도 저는 이 일이 좋아서 당장 그만두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AI와 적절한 균형을 맞추며 일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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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
저는 친구와 함께 먹거리 정보를 제공하는 앱을 개발하고 있어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고 가공되었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죠. 그런 정보들이 생략된 현실이 불편하게 느껴졌고, 그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특히 저와 친구는 비건을 지향하기 때문에, 음식에 포함된 성분을 보다 투명하게 알고 선택하고 싶다는 필요성이 컸어요.
앱의 주 핵심은 사용자의 채식 단계나 알러지 정보를 반영한 '맞춤형 식품 성분' 제공 서비스에요. 텍스트나 이미지로 검색할 수 있고, 특히 제품의 성분 표를 카메라로 촬영해 업로드하면 해당 성분을 분석해주는 기능을 개발 중이에요. 예를 들어, 특정 식품이 비건인지, 유해한 알러지 유발 성분이 포함되었는지, 유당이 들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성분 분석 툴이라고 보시면 돼요.
특히 화학 성분의 경우 소비자들이 이름만 보고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아요. 그래서 전문 용어를 쉽게 풀어 분류하여 제공하는 방식을 고민 중이에요. 앱의 기반 데이터는 식약처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했고, 현재 거의 완성 단계에 있어 배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앱을 개발하면서 다시 한번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결국 AI 기술을 활용해 만들게 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목적과 태도로 기술을 활용할 것인가라는 점이더라고요.
저는 에코페미니즘적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완전히 배제하고 살 수도 없는 시대를 살고 있어요. 앞으로 기술과 어떻게 공존하며, 균형 있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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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지향과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
제가 지향하는 삶은 의존성을 줄이는 것에서 나아가, 다른 존재들과 공감하고 보탬이 되는 삶입니다. 기술만으로는 온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누군가 필요로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손을 내미는 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어요.
제 삶의 원동력은 다소 거창해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에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제 몸으로 이 세계를 살아가는 시간도 언제 갑자기 끝날지 모른다는 걸 알기에, 더욱 의미 있는 일을 찾게 되죠. 조금 더 애쓰고, 진심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사실 저는 아주 낙관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오늘 하루가 행복했다고 해서, 그것이 내일을 살아야 할 이유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늘은 행복했지만, 내일이 없는 채로 끝날 수도 있다고 여기죠. 그렇기에 오히려 삶의 끝을 인식하는 것이, 지금 이 순간을 더 나은 방향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이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기에, 저는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는 선택을 하며 살아가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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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페미니즘을 알고 난 후 느끼는 삶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
삶의 좋은 기준이 생겼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큰 변화였어요. 제 친구는 무슨 일이든 빠르게 결단하고 즉각적으로 움직이는 반면, 저는 잡념이 많고 고민도 깊어 행동이 굼뜬 편이에요. 그런데 에코페미니즘을 알게 된 후부터는 선택과 결정을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내릴 수 있게 되었어요.
예를 들면, "이걸 살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 이미 나에게 있는 것이고 환경을 생각한다면 사지 않는 쪽을 선택하게 돼요. "이걸 먹을까 말까?" 망설이는 순간, 먹지 않아도 되는 음식이라면, 그리고 내가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생명이 살아갈 수 있다면 먹지 않는 쪽을 선택하게 되고요.
누군가는 그런 기준이 답답하지 않냐고 묻지만, 오히려 저에게는 엄청난 해방감을 주는 일이에요. 너무 골똘히 고민하기보다,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기준이 되어주니까요. 명확한 원칙이 주는 가벼움, 명쾌함이 주는 홀가분함이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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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에코페미니스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
그저 건강하게, 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요. 요즘 시대에 에코페미니스트로 살아간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어디를 가든 유별나게 보이고, 가끔은 "왜 나만 이렇게 불편하고 힘든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러다 보면 모든 걸 내려놓고 싶고, 심지어 나 자신조차 사라지고 싶다는 감정이 밀려올 때도 있죠. 저도 그런 순간들을 겪어왔어요.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함께 슬퍼해 줄 사람들, 함께 고민해 줄 사람들, 그리고 함께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바꿔보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잖아요.
그 숫자가 어찌 보면 한 줌밖에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에코페미니스트, 우리는 분명히 여기 있다!" 라고 외쳐보는 건 어떨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어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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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님이 생각하는 '에코페미니즘'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
‘누울 자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흔히 "누울 자리 보고 발 뻗어라"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돌아보면 저는 살면서 편하게 발을 뻗어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조직에서 강한 소속감을 강요하는 분위기에는 늘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깨닫게 된 게 있어요.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 비슷한 가치관과 지향을 가진 사람들과 느슨하게나마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가족이나 결혼 제도 같은 전통적인 관계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지지 그룹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여성환경연대를 알게 되었고, 이곳에서 만난 에코페미니즘이야말로 저에게 편히 누울 수 있는 ‘누울 자리’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여기서는 안전하고 편안하게 말을 걸고, 또 들을 수 있어요. 참여 방식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충분히 괜찮다는 느낌이고요. 여러 시민단체를 경험하고 참여해봤지만, 그중에서도 여성환경연대가 가장 좋았어요. (느(낌)좋(은)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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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를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요? |
저와 함께 기후행진에서 여성환경연대와 걷기도 하고, 지금은 함께 앱을 만들고 있는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아직 가입을 안 했더라고요. 그래서 꼭 추천해주고 싶어요!
또 저희 엄마도 떠오르네요. 😊
세대와 상관없이 여성의 건강과 환경, 동물권, 채식, 제로웨이스트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여성환경연대를 꼭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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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들에게 힘이 되는 조언, 응원, 활동에 대한 피드백, 궁금한 점 등 올려주시면 꼼꼼하게 읽고 나누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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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도 잘 읽으셨나요? 💌
더욱 성평등하고 지속가능한 녹색 사회를 위해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해주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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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다🐿️ 마리🌹 모찌🐰 무밍🕶️
사라🐹 썸머🌊 여여🦋
요정🧚 조화하다🌻 치자😼 한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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