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1일 금요일
💌 여성환경연대 뉴스레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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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잘 지내셨나요? 여성환경연대는 어제 (10/10) 제9회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플라스틱으로 온 세상이 뒤덮이기 전에>를 진행했어요. 에코페미니스트 4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펼쳐온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고 가치를 나누는 아주 의미있는 시간이었답니다.
저는 컨퍼런스를 통해 플라스틱이라는 것이 단순히 '물질'을 넘어 '무언가를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태도'라는 점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터치 한 번에 물건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사회에서 오래 쓰려는 마음, 다시 고쳐 쓰려는 마음,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는 마음이 얼마나 귀한가 헤아려보게 되어요. 추후 여성환경연대 유튜브에서 보실 수 있어요!
오늘 소개해 드릴 다섯 번째 에코페미니스트는 전남 강진에 살고 있는 허병란 회원님이에요. 이미 제가 깨달은 귀한 마음을 실천하고 계신 분이지요. 지구라는 행성에서 빚지며 살아가는 우리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요? 오늘의 인터뷰를 통해 님에게 조그만 실마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의 뉴스레터 시작할게요 😉
썸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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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을 떠나 지역에서 인생의 후반전을 보내고 있는 허병란이라고 해요. 대학에서 ‘노동’ 운동을 알게 되었고,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는 여성노동자회에서 노동운동도 열심히 했어요.
이후 결혼하면서 인생이 많이 바뀌었죠. 그땐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삶의 방식을 귀하고 즐겁게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노동 운동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 옳고 맞는 것인데 그걸 막는 일이라 생각하니 우울하다는 생각이 있었죠. 하지만 그런 마음조차 돌아볼 여유가 별로 없었어요.
이후 여성환경연대를 만나고 배우면서 ‘그래서 그때 내가 힘들었구나’ 하고 삶의 과정을 해석하고 마음을 풀어볼 수 있었어요.
제 인생에 찾아와 처음으로 위로와 평안을 건네준 곳입니다. 그런 저를 다시 소개한다면, 여성환경연대와 초록상상(동북여성환경연대)을 무척 사랑하는 허병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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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란님과 여성환경연대와는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
결혼을 하고 30대에는 공동육아 공부방에서 2년 정도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제 아들이 6살쯤 큰 교통사고가 났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어요. 몇 개월 정도 아이 옆을 지키다 퇴원했는데, 복직을 못 했어요. 그렇게 경력 단절을 겪게 되고 ‘내가 정말 잘 해볼 수 있는 일은 뭘까' 고민이 됐죠.
서울 중랑구에 살고 있었는데 지역신문에 초록상상 광고가 실려 있더라고요. 그 광고를 보고, 제가 찾아갔던 게 2012년이에요. 이후 같이 독서 모임도 하고, 청소년 대상 거리 성 상담 프로그램도 같이했어요. 시간이 쌓이면서 2013년 2월부터 성교육팀에 함께 합류하게 되었어요. 마침, 팀장을뽑아야 했는데, 사다리 타기의 운명으로 제가 맡게 되었답니다(ㅎㅎ) 회원 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말이죠.
사실 이전에 여성 노동자 운동을 하긴 했지만, 그땐 여성보다는 노동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초록상상에서 접하고 배우는 성교육은 굉장히 새로운 세계였어요. 제 인생에 페미니즘이 찾아온 중요한 일이었죠. 그렇게 팀장을 2년 정도 보내다가 이후에는 초록상상 대표가 되었답니다. 그 시기가 어떨 땐 힘들고 어렵긴 했지만, 저에게 무척 도움도 되고 즐거웠던 경험으로 남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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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상상이나 여성환경연대에서 얻은 좋은 경험이나 배움이 있으신가요? |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태도를 많이 배웠어요. 성교육팀 초창기 활동을 하면서 '젠더'라는 말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었어요. 쉽게 풀어내 볼 수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죠.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젠더 문제는 결코 단순 명료하고 쉽게 결론지어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어요.
이때의 경험으로 인해 지금도 뭔가를 결정할 때 ‘쉽고 빠르게 판단'하는 방향보다는 ‘더디더라도 다양한 의견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감각을 얻었죠.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끈질기게 문제를 끌어안고 가야 할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결국 젠더에 대한 우리의 답은 ‘100명의 사람에게는 100개의 성이 있다'였어요. 여성과 남성, 이분법으로 나눠지는 것을 넘어서서 모든 사람은 각자 고유의 성이 존재한다는 것. 다름을 이해하며 함께 소통하고 관계 맺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죠. 힘든 과정이었지만 그만큼 재밌었고 서로 배움을 주고받는 동료들과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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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계신 곳은 어디인가요? 이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현재 전라남도 강진에 살고 있어요.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긴 한데 땅끝 마을 해남 옆에 있는 곳이죠. 이주하게 된 계기가 크게 두 가지인데요. 남편이 퇴직하면 같이 서울을 떠나 살자는 합의를 했었어요. 도시에 계속 살면 마음이 팍팍해질 거 같았고, 무엇보다 익숙한 공간을 넘어 새로운 환경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어요.
두 번째는 제가 초록상상 대표를 4년 정도 했는데요. 새바람을 일으킬 다음 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체의 중심 역할은 5년이면 충분하기에 '다른 사람들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떠날 때가 됐다.'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어느 지역으로 갈지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났었어요. 그저 서울과 멀리 떨어지면 좋겠다 싶어서 남쪽 지역으로 알아봤고요.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강진에 싼 가격의 농가 주택이 하나 올라왔더라고요. 그렇게 우선 한번 살아보자 하다 지금의 집으로 세 번째 이사를 왔어요. 아마 저희 부부는 퇴직 이후 이곳에서 꼭 생계를 꾸려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선택이 더 수월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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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가을부터 조금씩 농사를 지어보고 있는데요. 이전 집 앞에 밭 300평이 있었어요. 그때 농민 자격도 얻었어요. 유기농 관련한 공부나 모임도 했었죠.
그런데 시골 지역은 고령화, 인구 소멸 문제 등으로 몸을 많이 써야 하는 농업노동력이 부족해요. 그러다 보니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까다롭고 수고로운 유기농법을 시도하시기보다 기계나 외부 투입에 의존하는 관행농을 많이들 하시지요. 사실 화학 비료, 제초제나 농약을 쓰면 어느 정도 수확량도 나오고요.
그런데 저는 유기농을 하겠다고 하니 처음부터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요. 최대한 농약을 안 써보려고 벌레를 핀셋이나 손으로 잡기도 했어요. 풀도 손으로 뽑다가 나중에는 그대로 두기도 하고요. 연작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작물들을 옮겨심기도 하고, 윤작(돌려짓기)도 했는데 수확물이 거의 없어서 좌절도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아직 제 경험이 짧은 탓이죠. 분명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사는 방법이 있을 거라 믿지만 아직 저에게 농사는 어려운 일일 때가 많아요.
자연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 생업을 이어가시는 분들에 대한 존경과 생각이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생태적인 관계망 속에서 적절한 노동력을 투여한 지속 가능한 농사에 대한 연구가 많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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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병란님의 일상에서 관심 두고 있는 영역은 무엇인가요? 소개해주세요! |
강진에는 산이나 숲도 있는데 ‘강진만'이라는 습지가 있어요. 다양한 생물종들이 살고 있는 중요한 습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지는 못했죠.
최근 강진만 생태 활동가 양성 과정이 생겼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이후 모임을 하나 만들었어요. 강진만 생태에 대해 같이 공부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잘 보존할 방법을 고민하는 ‘강진 자연생태연구회’고요. 한 달에 두어 번씩은 만나서 습지 모니터링을 하며 공부하는 중입니다.
관찰하다 보면 점점 눈에 들어오는 익숙한 새들도 생기고, 처음 보는 새는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기록하고 있어요. 호주에서 시베리아 대륙까지 장거리 이동을 위해 잠시 우리 갯벌에 머무르는 도요새도 귀엽고요. 겨울에는 큰 고니(백조)를 코앞에서 볼 수도 있죠.
그들의 삶을 곁에서 알아차리고 발견하는 게 재밌어요. 이런 다양한 생물들을 보면서 강진만을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다음 활동을 이어갈 것 같아요. 내년에는 갯벌 생태를 중심으로 마을 학교도 시도해 볼 예정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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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는 무엇이고 삶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나요? |
성실함! 주어진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 생각해요.
전 어릴 적부터 뭐든 열심히 했던 아이였어요. 이렇게 살지 말아야지 싶다가도, 어른이 되어 돌아보면 일상을 성실히 잘 가꾸고 살아내는 것만큼 중요한 게 또 없더라고요. 이젠 그 가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삶을 활기차게 하는 원동력은 저와 함께 “놀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곁에 없으면 제가 웃을 일이 잘 없더라고요. 때론 관계 때문에 힘든 일도 생기지만 그런 관계가 없다면 싸울 일도 없고, 웃을 일도 없는 거예요.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소소하게 웃고 떠들며 하루를 잘 사는 것이 제 삶에 중요한 가치라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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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란님이 생각하는 ‘에코페미니즘’을 한 마디로 표현 한다면? |
서로 돌보는 것이라 생각해요. 예전에는 개인의 자립과 독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삶을 살다 보니 서로 의지하고 기대는 관계가 결국 모두를 구하는 방식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죠. 자연과 나의 관계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강진만 갯벌에서요. 갯벌을 매일 들여다보면 다양한 존재들을 마주하게 되고 그들의 서식지를 정말 잘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런데 쓰레기를 치워주면 되나 싶다가도 그러면 그들이 공들여 만든 집이 밟히기도 하잖아요. 단순히 인간의 생각과 기준으로 돌봄을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더 섬세한 고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매 순간 깨달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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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에코페미니스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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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로에게 다정함이 되어주면 좋겠어요. 제가 있는 강진에 놀러 오셔도 좋아요. 삶을 살다 보면 인생이 팍팍하게 느껴지고 누가 나 좀 돌봐줬으면 좋겠다 하는 시기가 있죠. 그럴 때 저희 집에 머물며 잠시 쉬어가세요. 자연 속에서 평안도 얻고, 제가 먹여도, 재워도 드릴게요. 지내시는 동안 몸과 마음이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관계 방식을 맺을 수 있는 다양한 독서, 영화 모임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져보는 것도 추천 드려요. 분명 삶의 좋은 환기가 될 거예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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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새로운 시각을 깨워주는 느낌이라서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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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페미니스트의 인터뷰를 읽고 공감이 가거나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제든 남겨주세요.
-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들에게 힘이 되는 조언, 응원, 활동에 대한 피드백, 궁금한 점 등 올려주시면 꼼꼼하게 읽고 나누겠습니다. 서로 댓글도 남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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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도 잘 읽으셨나요? 💌
더욱 성평등하고 지속가능한 녹색 사회를 위해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해주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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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썸머🌊 여여🦋 요정🧚
조화하다🌻 치자😼 한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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